1962년 대한불교 조계종이라는 이름아래 통합종단이 출범한지 이제 50주년이다. 그 통합종단 출범의 의의와 지금 통합종단이 처해있는 현실, 그리고 미래의 전망에 대해 생각하는 자리들이 연이어 마련되고 있다. 반백년이라고 하는 의미를 넘어서 진정 통합종단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뼈아픈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그 밑바닥에는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통합종단의 출범은 참으로 큰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조선왕조 500년의 암흑기와 일제 강점기 동안 정통성을 바닥까지 훼손시킨 아픈 상처를 이겨내고, 진정한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이으면서 사부대중의 공동체로서 출범한 통합종단은 그 자체로 한국불교의 가능성을 드러내며, 또 미래의 가능성을 짊어진 커다란 상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하기에 출범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그 통합종단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며 한국불교의 큰 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우선은 갈채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종교의 종단은 그 존재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진정 그것이 존재해야 할 큰 이유에 대해 물어야 할 것이며, 통합 종단에 대하여도 그것이 불법의 홍포와 불국토의 건설에 가장 의미 있는 모습으로 있는가를 물어야만 한다. 또 가까이는 출범 당시의 취지와 목적을 실현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물음 앞에서 현실의 모습은 너무도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신랄하게 평가한다면 지금 통합종단의 모습은 통합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어려운, 비구들의 독점 종단이며, 종단 자체의 문제만도 해결하기가 버거워 대사회적인 역할에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종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비구들의 독점 종단이라는 근본구조에 있다. 지금 조계종 출가승려는 1만3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불교가 박해를 받던 조선조 성종 때의 출가자 수가 5만을 넘었다는 사실과 현실의 인구수를 감안해 볼 때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그렇게 적은 숫자 가운데서도 비구승들이 거의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체제는 근본적으로 많은 모순과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사부대중의 공동체라는 종헌의 정신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어떻게 통합종단이라는 이름을 이어가고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소수의 비구승들이 종권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계속되는 이상 거기엔 대중의 지혜를 모아 미래를 건설해나가는 민주적인 통로가 근본적으로 차단될 수밖에 없다. 종도주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소수집단의 내부에서만 민주적인 절차가 정착될 수 없는 것이다. 그 속에서의 민주적 절차란 진정한 민주적 절차가 아니요, 파벌들끼리의 나눠먹기에 그치는 것이다. 거기에 출가자의 자질 자체가 향상되지 않는 상황 아래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면 종단의 운영을 둘러싼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적 행태들만 만연하기 마련이다.

왜 아직까지도 종헌의 근본정신을 등진 이런 행태들이 계속되는가? 무어라 변명하여도 권리를 독점하고 있는 비구승들의 권력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길이 없다. 계율문제 등의 핑계를 더 이상 대지 말고 우선 비구니와 비구가 평등하게 종단의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우바새 우바이가 함께 참여하는 종단 운영구조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인 틀에서는 이미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것을 하루 빨리 현실화시켜야 한다.

종헌에 명시된 것들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떤 현실적인 조건 등등의 이유를 든다 하더라도 구차한 변명에 그칠 뿐이다. 가장 근본적인 틀이 잘못되면 그 다음에 나타나는 지엽적인 문제들에 대해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다.

▲성태용 교수

성태용 교수 tys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