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예불하고 삼배를 올리며 입으로 염불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마음으로 제대로 귀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마음으로 귀의하려면 배우고(聞), 사유하여(思), 닦는(修) 것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몸과 입이 아닌 마음으로 귀의해야 합니다. 마음으로 귀의하려면 내가 왜 귀의하는지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확고한 신념이 생기려면 우리가 귀의해야 할 대상에 대해, 원인에 대해, 어떻게 귀의해야 하는지 방식에 대해, 귀의하고나서 어떻게 닦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티벳불교에서는 삼귀의에 대해서 매우 중요하게 가르칩니다. 맨 먼저 귀의의 원인에 대해 사유하여야 합니다. 불교에서의 귀의는 다른 종교에서 말하듯이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과 다르며, 귀의해야 할 원인이 논리적으로 설명됩니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가 없듯이 삼보에 귀의한다는 결과도 귀의해야 할 원인이 없으면 진심으로 귀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삼보에 귀의해야할까요?

우리가 삼보에 귀의해야 할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두려워하는 마음입니다. 이 생에 우리는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고 금방 죽으며, 죽은 뒤에는 반드시 태어나고 이 태어나는 것 또한 업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선업의 힘이 작고 악업의 힘이 크면 반드시 삼악도로 갑니다. 이와 같이 생각하면 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다음 생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생깁니다. 내가 죽어서 당장 지옥에 태어나면 어떻게 할까? 지금 바로 축생으로 태어나면 어떻게 할까? 이렇게 생각해야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것이 하사도 수행자가 귀의하는 원인이 됩니다. 중사도 수행자의 귀의는 삼악도와 삼선도를 포함하여 윤회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마지막으로 상사도의 귀의는 저 혼자 윤회에 떨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일체중생이 윤회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귀의의 원인이 됩니다.

윤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번 생의 마지막 마음이 다음생의 첫 마음으로 연결됩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배운 바 없이 엄마의 젖을 빠는 것이나, 쌍둥이들의 개성이 전혀 다른 이유도 이전 생의 습이 다르다는 증거입니다.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마음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전생이 없다고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마음 바탕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있습니다. 마음 바탕으로 다음 생 있고, 마음 바탕으로 인과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인 있으면 반드시 과가 있듯이 불선행은 삼악도에 떨어지고, 선행을 하면 삼선도에 납니다. 이와 같이 윤회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귀의의 첫 번째 원인이 됩니다.

둘째, 믿는 마음입니다. 믿는 마음 역시 두려워하는 마음과 마찬가지로 차이가 있습니다. 하사도 수행자의 믿는 마음은 삼악도(지옥, 아귀, 축생)에서 구해줄 수 있는 힘은 오직 삼보에 있다는 믿음입니다. 중사도 수행자의 믿는 마음은 윤회에서 구제할 수 있는 힘이 오직 삼보에 있다고 믿는 마음을 가집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일체중생을 모든 고통에서 구제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삼보에 있다고 믿는 마음이 상사도 수행자의 믿는 마음입니다.

삼보에 귀의하는 원인은 공통적으로 두려움과 신심(믿는 마음)이지만, 이와 같이 수행자의 마음동기에 따라 귀의하는 원인은 차이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하사도 수행자는 삼악도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바탕이므로, 삼보께서 우리를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해 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귀의합니다. 중사도 수행자는 삼악도와 삼선도는 물론 내가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윤회에서 구할 힘은 오직 삼보에 있다고 믿는 마음으로 귀의합니다. 상사도 수행자는 나 뿐만이 아니라, 자비심을 일체중생에게로 확장하여 일체중생의 고통을 내 고통처럼 여겨 두려워하며, 일체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힘이 오직 삼보에 있다고 믿는 마음으로 귀의합니다. 귀의의 원인이 이처럼 다른 것을 알아 내가 무슨 마음으로 귀의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