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 자체가 불가사의(不可思議) 입니다.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영문도 모른 채 죽습니다. 그 짧은 생애에 뭔가를 이룩하고자 용을 쓰지만 뜻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세계는 왜 있으며 누가 만들었는지, 온통 의문투성이입니다.

   그 것에 더하여, 사는 것이 힘듭니다. 문명의 위기 아니면 전환기인 이 시대를 사는 것이 참으로 힘듭니다. 인구과잉과 자원고갈 환경오염 기후변화 ……, 빈부격차의 심화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생존경쟁과 그로 인한 긴장 및 피로(疲勞) ……, 끊이지 않는 전쟁 분쟁과 범지구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테러 및 공포 ……, 이 모두는, 생로병사(生老病死)와 그 과정에 겪는 사고(四苦,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등 네 가지 고통)에 보태진, 현대판 괴로움입니다.

   다시 그 것에 더하여,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은, 실인즉 그가 주인(master)이고 인간은 종(slave)입니다. 인간은, 오랏줄에 묶여 그가 유예하는 한도 내에서만 활동하다가 사라집니다. 병사(病死) 횡사(橫死) 노사(老死) 등의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그리고 두려움을 안은 채로 말입니다.  

  〈불가사의〉의 답답함과 〈고〉와 〈죽음〉의 공포. 많은 인간들이, 불가항력적인 이 문제와 관련하여 초월적인 신(神)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이 있고, 세계와 인간을 그 분이 창조했고,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그리고 그 후의 일도 모두 그 분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 등 유일신(唯一神)을 믿는 계시종교(啓示宗敎)는 그렇게 해서 생겼습니다.

   그런가 하면, 뛰어난 철인(哲人)들이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사유(思惟)해 왔습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소크라데스(Socrates, 469?~399B.C.)는 일찍이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말했습니다. 나고 죽고 하는 그러면서 몸이 아닌 너의 정체 그리고 너를 있게 한 존재의 본질이 뭔지를 탐구하라 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분도 그 분의 제자들도 끝내 밝히지를 못한 채, 그 분야의 형이상학(形而上學)만을 발전 시켜 왔습니다.

   한데, 그 문제에 정면으로 그리고 자력(自力)으로 도전한 무리들이 역시 오래전부터 있었은즉, 다름 아닌 인도의 수행자들이 그 분들이었고. 명상(瞑想)이 그 방편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혹독한 수행 고행 끝에 마침내 존재의 차원을 초월하여 그 모든 것의 근원인 진여(眞如)에 머물면서 일체(一切)의 법(Dhrma)을 터득한 이가, 바로 인류의 스승 불조(佛祖) 석가세존(624~544 B.C.)이십니다.

   그 분과 역대 조사(祖師)들의 가르침을 담은 불교는, 현대인에게 오늘의 문명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代案) 내지는 지혜의 등불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는데, 달라이라마(Dalai Lama 14, 1935~)의 인기만 봐도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는 석가세존 말고도, 고대(古代)부터 수많은 성자(聖者)들이 출현했는데, 그 분들의 가르침이 우파니샤드(Upanisad) 바가바드기타(BhagavadGita) 등 힌두(Hindu) 경전에 담겨 있습니다. 20세기에 나타난 라마나 마하르쉬(Ramana Maharshi, 1879~1950)께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적 감화를 줬고, 묵언(黙言)만으로 근기(根機) 있는 수행자들을 깨닫게 하곤 했습니다. 범천(梵天, Brahma) 또는 진여의 다름 아닌 진아(眞我, 참나, Atman)를 깨닫게 했습니다. 한데 아쉽게도, 힌두교 자체는 인도 밖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긴 말을 줄이고, 명상은 〈불가사의〉와 〈고〉와 〈죽음〉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줍니다. 쉽지는 않 습니다만, 명상 속에 깊이 들어가 가르침대로 마음을 지우면 〈나〉가 사라지면서 진아인 〈참나〉가 나타납니다. 동시에, 일체의 문제 내지는 나를 포함한 얽매임으로부터 해방됩니다. 나가 방하(放下, 뽑혀 없어짐)되는데, 무슨 〈불가사의〉가 있고 〈고〉다 〈죽음〉이다 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 체험을 해탈(解脫)이라고도 하고 깨달음이라고도 하는데, 일찍이 중국 송(宋) 시대의 선지식 대혜스님(大慧宗杲, 1089~1163)께서는 그 경지를 다음과 같이 표현 했습니다. 廓徹大悟 胸中皎然 如百千日月 十方世界一念明了 無一絲毫頭異想. 외람되지만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열리고 뚫려 크게 깨달으면, 가슴 속 환하기가 백개 천개의 해와 달 같고, 시방세계가 한 순간에 끝없이 밝으며, 한 가닥 털끝만치도 일어나는 생각이 없다.(대혜스님의 書狀 참조)

   다시 중세 독일이 낳은 신비사상가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1260년경~1328, 가톨릭修士)께서 말하기를, 나를 완전히 버림으로써 하느님과 합일(合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돌파라고 했는데, 돌파는 우리가 대상(對象)에 대한 식별 내지는 인식기능을 완전히 잃는 초탈(超脫)의 극치를 뜻합니다. 그 상태에서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의 구별이 사라지는 완벽한 경지가 열린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넘어선 하느님이고, 창조되지도 않고 창조될 수도 없는 영혼의 빛이라 했습니다. (길희성 지음, 보살 예수, 현암사, 2004)

   감히 덧붙이건대 그 경지는, 신비스런 엄청난 빛(光輝)에 더한 신비의 안락(安樂) 내지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원불멸의 지복(至福) ……, 그런 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로 할 수 없는 경지를 억지로 나타내면 말입니다. (두 분 스승의 발밑에도 못 갔습니다만, 초입을 체험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김동민 지음, 명상, 신광문화사, 2015)

불기2561년(AD2017) 9월16일 

덕산  김동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