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불행한 것은, 이기심(ego의 마음) 때문입니다. 이기심 충족을 마치 행복인양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심이란, 세상을 「나(ego)」와 남으로 구별하면서 나 중심으로 행동하고 내 이익만을 꾀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이기의 행동은, 공생(共生)의 틀을 깨면서 남과 부딪치기 일쑤이고 그 과정에 진심(嗔心, 증오심)이 발동하여 남과 내게 상처를 입히곤 합니다. 탐욕과 그에 따른 번뇌를 부르는가 하면 얻은 것을 지키는 고(苦)를 안겨 주기도 합니다. 또한 지혜가 빠진 치심(癡心) 탓으로, 무상(無常)을 못 헤아리기도 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내 목숨과 처지와 주변상황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못 헤아리거나 애써 외면하는 일입니다. 그게 아니어도, 권력이나 부(富)나 명예를 누리고 있는 분들의 상당수가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런 행복이 참 행복인지 의심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참 행복은, 이기심의 충족이 아닌 「마음의 평화」 입니다. 전자는 무상(無常)에 시달리지만 후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기심이 아주 없을 때 또는 이기보다 이타(利他)의 행(行)이 훨씬 더 강할 때 찾아옵니다.

  사바(sabha)세계의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로 맺어진 일원(一元)의 동체(同體)입니다. 출현했을 때부터 그렇습니다. 한데 우리의 마음이, 존재하는 것들을 나와 남으로 구별 처별하고 나 중심으로 행동하도록 부추기면서, 세상을 고해(苦海)로 만들고 있습니다. 내 행복만을 꾀하는 그런 행동은, 상대편뿐만 아니라 내게도 고통을 안겨 줍니다. 반대로, 이타의 행동은 상대편뿐만 아니라 내게도 행복을 안겨 주는 즉슨 그 것이 바로 참 행복이며, 사바의 구조이고 동체의 원리입니다. (同體를 실감하시려면, 송구스럽습니다만 명상을 하셔야 합니다.)

  고로,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끊임없는 훈련으로, ego의 일탈을 억제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비와 연민의 정을 키우고 남을 배려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이라는 공동체를 온전하게 지키고, 그 속에서 나와 남이 참 행복을 누리도록 하려면 말입니다. 거칠게 강조해서 죄송합니다만, 유치원과 초등하교 때부터 그런 정신이 몸에 배도록 아이들을 교육시켜야지 싶습니다.

  한데, ego의 심성(心性)을 바꾸는 이 일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지난(至難)한 일입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성공 못한(?) 일입니다.

  인간이 불행한 것은, 그릇된 문명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간사회는 약육강식(弱肉强食)하던 1만년 전후의 야생 및 야만 시절의 틀에서 지금껏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탈을 쓴 채, 오히려 그 규모가 확대됐고 방법이 고도화 됐고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인간은, 지식과 기술을 축적하면서 그 힘을 경쟁세력 내지는 적대세력 죽이는 일에 앞 다퉈 사용해 왔습니다. 철(鐵)도구도 폭약도 비행기도 말입니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이미 삼국지시대(184~280)에 3천만명이상이 죽으면서 인구가 반 토막 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1억을 훨씬 넘는 인간이 죽었는데 유럽 유태인들은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에게 씨가 마르도록 600만명이 당했습니다. 그런 무참한 죽음들에 더하여, 얼마나 많은 인간의 무리가 졸지에 장애인과 과부 고아의 신세로 내 몰렸고 삶의 터전을 잃었고 했습니까. 탐심(貪心) 진심(嗔心) 치심(癡心)의 발로인, 그런 어이없는 일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정의를 위해서, 또는 무슨 무슨 명분으로 ……. 

  그런가 하면, 개인들은 오늘날 무한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경쟁력 키우기 과외에 노예처럼 시달리고, 어른들은 사회진출 초장부터 신분확보와 돈벌이를 위해 격투기(格鬪技) 하듯 이겨야만 하는 경쟁에 내 몰리고, 노인들은 그런 와중에서 소외된 채 홀로 사라지고 합니다. 공동체와 공생, 자비와 연민, 배려와 이타행, 마음의 평화 ……. 이런 말들은, 그들에게 오직 먼 나라 얘기일 뿐입니다. 바늘로 찔러도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마치, 가속(加速)하며 벼랑 끝을 향해 달리는, 그런 자동차를 보는 듯합니다 

  각설하고 그리고 감히 진리의 가르침을 전하건대, 행복은 추구나 취득의 대상이 아닙니다. 참 행복이 내 안에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간은 그 것을 모르고, 내가 쥐고 있는 것을 밖으로 찾아 헤매기 때문에 불행합니다.

  안 믿으시겠지만, 지금의 나와 세계는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닌 환(幻)이며, 「참나」를 가리고 있는 신기루(蜃氣樓) 같은 것입니다. 가르침대로 명상(瞑想) 속에 깊이 들어가 마음을 지우면, 몸으로부터 해방되고 덧 씌워진 「나와 세계」가 걷히고 하면서, 본체인 「참나」를 체험합니다. 자성(自性) 진아(眞我) 진여(眞如) 범천(梵天, brahma) 이라고도 하는데, 신비의 빛과 함께 이루 말할 수없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다시 몸으로 돌아 오도라도, 그 충격으로 환이 무너지면서 「나와 세계」를 믿지 않게 됩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일을 환으로 간주하면서 싸우는 짓을 안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지복(至福)의 체험으로, 잔잔한 희열과 함께 「마음의 평화」를 간직하며 세상을 살게 됩니다. 「참 행복이 내 안에 갖추어져 있다」는 말은 바로 그런 뜻입니다.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가 「천국은 네 안에 있다(The Kingdom of God Is Within You)」라고 한 것도, 역시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여겨집니다.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명상을 지속하면 다소나마 아상(我相, ego의 相)이 제거되고, 마음은 그만큼의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빈자리에 들어선 「참나」가 그 순수한 성품으로, 말나식(ego의 識)을 순화(純化)시키면서 번뇌를 제거하고, 그 밑의 의식을 바르게 작용시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른바 정신치유(mental healing)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불기2561년(A.D.2017) 6월16일

덕산 김동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