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선우 릴레이 힐링법회] 4강 능행 스님
내가 사라지기 전에 보리심을 일으키라
생활수행과 불교의 현대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한 길을 걸어온 우리는선우가 창립21주년을 기념해 이 시대 멘토 7명을 초청, 릴레이 힐링법회를 열고 있다. 고통의 원인을 분석하고 치유법을 나누는 힐링법회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 업에 따라 임종 천차만별 / 죽음, 회피 아닌 이해 대상 수행해야 잘 살고 잘 죽어 / 선업 쌓고 지혜를 닦으면 다음생도 행복 이어질 것
능행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부터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해 불교계 유일의 독립 호스피스 정토마을을 설립, 죽음을 앞 둔 환자들 임종을 돕고 있다. 2007년 마하보디교육원을 열어 불교식 호스피스 교육과 명상수행을 이끌고 있으며 불교 최초 완화의료 전문 자재병원을 건립했다.
저는 수십 년째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을 돌보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분들의 마지막을 동행하게 됩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 가야할 길이지만 살아생전 삶의 질에 따라 천차만별의 임종을 맞이합니다. 사람마다 지은 업이 다르고 익힌 습기가 다른 까닭에 살아내는 환경, 대상, 상황, 경험, 사건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순간은 모든 것이 응축돼 피어나는 열매입니다. 나의 의지에 의해서 죽음이 연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인연과보에 따라서 나타나며 경험해야 할 뿐입니다. 어떤 분들은 임종하는 순간까지 잘 먹고 편안히 지내다 가시고, 극히 드물지만 이제 간다며 손까지 흔들어주고 떠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며칠이 아니라 몇 달, 몇 년 씩 고통에 시달리다 임종을 맞이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면 이 불타는 듯한 몸이 나아질 것 같은데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여러 분도 죽음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죽음은 똑똑하건 그렇지 않고 부자건 아니건 젊은 사람이건 아니건 그것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당장 내일 그러한 상황과 마주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어린아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죽음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특히 어린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암을 발견하고 불과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것은 나에게 벌어질 수 있고 내 아이와 아내, 남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아는 것 같지만 죽음에 무지하고 늘 멀리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회피하면 할수록 죽음의 고통은 우리를 더욱 짓누릅니다. 흔히 우리는 누군가 돌아가시면 막연히 “좋은 데에 가셨을 거야”라고 합니다. 좋은 데가 어디고 어떻게 좋은 데에 갔다고 생각합니까. 그러나 철저한 준비 없이 아름다운 죽음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것에 의도적으로 직면해야 합니다. 이별, 사라짐, 정신적 육체적 고통 등 삶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고통과 괴로움에 봉착해 있음에 대한 자각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죽음을 준비할 수 있으며 삶도 더욱 빛나게 됩니다.
우리는 고통 속에서, 그것을 온몸으로 경험함으로써 그러한 경험이 우리들로 하여금 고통의 원인을 성찰하게도 하고 소멸에 대한 바른 성찰을 하게 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삶을 살아내는 방법에 있어서 8가지 바른 가르침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내는 지금의 삶, 그 삶이 타인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동시에 그 주변의 사람들이 나로 인한 것이든 다른 이유로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우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생각만으로 불가능합니다. 수행을 하고 보리심을 일으켜야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수없이 절망하고 괴로워했습니다. 떠나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임종을 눈앞에 둔 분들의 눈빛이 저를 붙들고는 했습니다. 오랫동안 그것을 겪고서야 비로소 내 마음속에 자비심이 솟아나는 거룩한 선물을 받을 수 있었고, 현장에서 수없이 많이 만났던 호스피스 환자들이 내가 순간순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끄는 채찍이 되어주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병원에서 불치의 병으로 죽어가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온몸으로 경험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나로 하여금 고통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절박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자재병원은 수행처입니다. 병원이 어떻게 수행처가 될 수 있을까요? 자재병원은 내게 “당신이 아프므로 내가 아픈 것이다”라는 동체대비를 알게 했고, 내가 사무량심과 육바라밀 실천을 통해 보리심을 단련해 가도록 하는 동기를 주었습니다. 우주보다 더 고귀한 사람의 생명이 소멸해가는 여정에 호스피스 환자들과 동행하게 되면서 경험하고 성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들이 많습니다. 태어남, 머묾, 소멸, 재생의 순리를 가능하게 하는 업이 그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현생을 보면 전생과 다음 생을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온전히 따르면 우리가 죽어갈 때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인과를 뛰어넘을 힘이 없는 우리의 지금 처지로서는 마음을 내는 모든 것에 조심스러워야 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에 깨어있어야 한다는 성찰에 이를 수밖에 없어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이 주는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죽음이 오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아쉬움과 고통, 괴로움에 침몰됩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그러한 고통을 덜어줄 수 없는 괴로움에 처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한 공덕의 힘입니다. 또한 위빠사나와 사마타 등 수행을 익혀 늘 깨어 있음으로써 육체의 소멸과정을 성성적적하게 지켜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공부를 해야한다는 점도 꼭 권유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수행이 바탕이 될 때 염불이든 참선이든 죽음이 나의 일생과 다음 생까지 집어 삼키는 화마가 아닌 죽음은 재생의 삶을 향해 건너야할 다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삶이 건강하게 유지될 때 열심히 수행해야 경계에 침몰하지 않고 죽어갈 때 육체의 소멸을 지켜볼 수 있는 힘과 깨어있음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선업을 쌓고 지혜를 닦으며 다음 생을 준비하며 산다면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하고 다음 생도 그 행복이 이어질 것입니다.
죽음이 없는 생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의 존재도 반드시 소멸되며, 그로 인해 모든 것으로부터 이별한다는 것입니다. 검은 콩 심은 곳에 검은 콩이 나고, 흰 콩 심은 곳에 흰 콩이 납니다. 행복은 행복을 낳고 웃음은 웃음을 낳고 이기심은 이기심을 경험하게 할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죽음을 준비하세요.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이며, 죽은 뒤에는 극락왕생을 하겠다고 발원하든지, 아니면 다음 생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 어떤 삶을 살겠는지를 분명히 하십시오. 또 죽음이 관념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고통스럽게 임종을 맞는 사람들을 도울 방안을 찾으십시오. 그들을 돕는 일이 곧 자신의 지혜를 닦고 복덕을 쌓는 일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당부드릴 것이 있다면 내 안에 등불을 환하게 켜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웃으세요. 내면이 밝아져야 온갖 고통을 헤쳐 나갈 힘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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