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1일, 9박 10일간의 여행이 끝났고, 여행 중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한국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이 산다,
그게 옳은 걸까? 이렇게 좋은 곳을 보고 느꼈는데 우리는 무언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제 나이 26세, 인도 몽골 태국 방콕 중국을 돌아다녀 봤지만,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여행에서 가지고 온 것은 추억하기위한 사진 몇 백 장, 그 나라 문화가 반영된 장식물, 그리고 여행지의 화려함, 재미난 이야기 꺼리였습니다.
“ 여행 = 경험 ”
경험은 변화를 잉태합니다. 제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저는 여행을 소비용품으로 즐기고 끝냈는지 모릅니다.
무엇이 변했을까?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다가온 것들은 평소의 여행과는 조금 다릅니다. 우연히 여행 중에 생긴 의문을 가지고 저의 하루하루를 자세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여행의 화려함은 잠시 뒤로하고, 돌아와서 느낀 일상에 대해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관찰 1. 여행이 끝나자, 나는 일상이란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하고 입국게이트에 들어서자 일상이 얼마나 빠르게 다가오는지 알게 되었다. 공항의 사람들은 핸드폰 로밍을 풀고 통화를 기다리며 일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저마다 일상에 전화를 걸었다. “잘 다녀왔다.” “한국에 왔으니 한번 보자.” 며 밀려있던 일상과 업무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잠시 정체되어 있던 것들이 빠르게 처리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다르지 않게 밀린 일상을 가볍게 처리했다.
일상을 처리하고 잠시 멈춰서 뭘 할까 고민하다. 편의점에 들렀다. 껌과 음료수를 계산 하려고 카드 한 장을 뽑았다. 그 순간 여행지에서는 비싸다고 깎고, 계산을 하기위해 지폐가 몇 장인지 새어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공항 2번문을 나와 버스정류장을 찾으려니 너무 많아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폰을 꺼내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 저기네” 순간, 또 한 번 인도에서 어설픈 영어로 길을 묻고 다니며 즐겁게 헤매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공항버스 옆자리에 사람이 앉았다. 인도의 기차나 중국의 단체여행 버스, 옆자리만 않으면 “우리는 모두 친구” 인데, 한국의 ‘우리’는 서로 핸드폰을 만지며 서로를 외면하고 있었다. 핸드폰이란 섬 위에서 외롭다고 자판을 두드리며 SOS를 요청하는 모습, 그래봤자 그 섬에는 오로지 나 혼자 뿐이다. 섬이 그렇게 많은데 각자의 섬에서 고립되어 있는 꼴이라니, 여행에선 옆 사람과 말만 통하면 친군데, 한국에 오면 어째서 옆 사람도 외면하고 핸드폰 두드리기 바쁜 걸까? 여행지에선 카드나 핸드폰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오히려 없는 것이, 삶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핸드폰 1대 와 카드 한 장이면 빠르게 해결되는 이 문화에 금방 적응 하는 내 모습이 새삼 놀라웠다. 원카드(One card) 만능주의, 핸드폰하나면 길을 잃을 걱정 없다. 대한민국 모든 결제가 카드 한 장이면 해결된다. 때문에 돈이 몇장인지 세는 일도 없고, 소소한 사기당할 위험도 없는 안전지대에서 살고 있다. 편하지만 분명히 지루해진 일상, 조금 번거롭지만 다이나믹한 여행, 두 개의 비교지점에 내가 서있었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얼마나 빠른가. 입국공항 대리석을 밟는 순간 일상은 빠르게 우리를 에워싼다. 기술에 의지하는 만능주의는 어딘가 건조했다. 나는 디지털이란 놈에게 시간의 단축을 약속받고, 감성을 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