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떠나 서안 공항에 도착하니,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버리려던 가방이 부셔졌다. 덕분에 4만원에 산 가방을 7년 동안이나 쓰고, 중국공항에서 300위안(6만원)을 받아냈다. 남는 장사 했다. 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항 문을 나섰다.
그러나 서안의 첫인상은, 한국건물을 1.5배 늘려 놓고 한글대신 한자를 써 놓은 모습이었다. 나는 분명 도심을 떠났는데, 또 다시 도심에 서 있다. 국제적으로 규격화 되어버린 건축이 실망스러웠다. 고속도로를 30분 달려 도착했지만, 여전히 다를 건 없었다. 전통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중국의 건축은 규격화를 따라가는데 바쁜 모습이었다.
여행의 시작이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인도에 도착해 공항을 나가면 인도가 느껴진다. 그러나 중국에 도착하니, 한(漢)국이 서있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현대로 쌓아 올린 것들이 살기는 편할 것이다. 하지만 보는 맛은 없다. 살기는 도시가 좋고, 여행은 전통과 문화가 섞인 시골이 좋은 것 같다. 중국까지 가서 규격화된 건축을 본다는 건, 여행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서안의 건축은 모두의 만족 속에서, 현대화를 따라가고 있었다. 이해는 하지만, 어쨌건 여기저기 들어선 건물들은 나의 호기심을 떨어 트렷다.
관찰2. 전통을 잃어버린 건축이란, 얼마나 가벼운가.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대륙급 스케일”일 것이다. 중국은 뭐든지 크다. 땅이 워낙 넓으니 규모 면에선 월등하다.
하지만 규모와 구조물의 완성도는 매우 뛰어나지만,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2일째 들린 법문사는, 최근 입구를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그러나 입구가 법문사와 섞이면 이질감이 생긴다. 법문사에는 시간의 때가 입혀져 있지만, 입구엔 21세기가 들어서 있다. 어느 곳에도 조화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커다랗게 세워놓은 입구를 들어서면, 8개의 큼지막한 동상이 일렬로 서있다. 주변에 나무들은 듬성듬성 심어져있다. 할 거면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땅만 무리하게 넓게 잡아 예산이 부족했다는 느낌이었다.(이와 다르게 나중에 들른 유림석굴의 대불상은 좁은 입구로 들어가 7층 크기의 대불상과 마주친다. 크고 화려한 입구에 비해 결코 감흥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절로 나오는 탄성이...)
입구의 땅크기는 법문사의 3~4배 정도 되어 보인다. 열차를 타고 들어가 700m 정도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300m를 걸어야 진짜 법문사에 도착한다. 예전엔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법문사였다고 한다. 이런 비효율적인 구조를 왜 만들어 놓았을까? 가이드 허부장님이 대답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입니다.”
아무런 철학도 없이 크기만 한 불상, 고작 700m를 달리기위해 만들어진 기차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유네스코란 이름 위에 지어진 것이 이런 장난 같은 돈벌이라니, 너무 안타까웠다. 새로 지어진 입구는 돈을 위해 세워진 큼지막한 매표소, 그 이상은 아니었다.
나는 그곳에서 <디자인 서울>에 밀려 사라진 종로의 피맛골을 보았다. 롯데건설에 밀려 사라진 잠포(잠실 포장마차)가 생각났다. 실크로드여행 2일차 내 눈엔 여전히 한국이 보인다.